장미나무 식기장은 이현수가 쓴 여러 단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사실 이 소설들의 내용은 크게 흥미롭지는 않다. 여러 단편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은, 마치 교과서에 나오는 수필처럼 심심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소설들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과거의 추억을 되짚으며 느끼는 그리움과 빛바랜 기억의 조각들을 떠올릴 때의 침잠된 기분이었다.
장미나무 식기장에 담긴 소설들은 화자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며, 그 분위기는 매우 친근하고 토속적이다. 작가는 산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코끝이 찡한 느낌의 소설들을 특유의 필력으로 풀어나간다. 이를 읽는 것은 마치 하나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세월이 흐르며 잊히거나 왜곡되어 전해진 과거의 사건들에 대한 달콤한 기억들이 독자의 뇌리에 박히고, 그 끝에는 씁쓸한 감정이 남아 깊은 여운을 준다. 이것이 이 책의 특징인 듯하다.
작가의 뛰어난 관찰력과 세심한 묘사는 독자의 마음 깊숙이 자리잡아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들은 판타지 소설이나 여타 로맨스 소설처럼 아름답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나름의 대단함이 있다. 추천사의 말마따나 우리 사회의 전통을 보존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소설의 확장이 필요하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