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선, 면은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가 독일의 예술, 조형 학교인 바우하우스에서 강의한 내용의 대부분을 요약한 책이다. 조형요소에는 무엇이 있는가 바로 점과 선과 면이다. 칸딘스키는 이 세 가지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고 또 어떠한 내적 울림(긴장, 강조, 운동, 율동 등)을 줄 수 있는지 설명한다. 나는 평소에 대충 감으로만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 작업을 하는 편이었기에 체계적인 이론으로 적립된 조형요소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에 흥미가 있었다.
칸딘스키는 점을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이자 부재의 상징이라고 정의했다. 점은 내적으로 가장 간결한 형태로 어느 방향에 대한 운동의 최소한의 경향도 보이지 않는다고 평한다. 또한 점은 시간적으로 가장 간결하며 시간의 요소는 완전히 무시되어 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점의 특징을 음악에서 팀파니를 두드리는 소리나 트라이앵글을 치는 소리로 비유했다.
예술분야에서 점이 활용된 예시를 설명하는 부분은 흥미로웠다. 건축, 조각에서 점은 면과 면이 공간에서 마주치는 모서리의 끝, 면들이 성립되는 중심점이다. 면들은 점 쪽으로 향해지거나 점에 의해 밖으로 펼쳐질 수 있다. 고딕 건축의 뾰족한 첨탑은 점으로 강조된다. 중국 건축에서 곡선들은 점으로 모여든다.
발레에서 ‘프웽트’란게 있다. 발가락 끝으로 재빨리 걸어가면 바닥 위에는 점들이 남으며 발레리나가 높이 뛰어 오를 때 점을 활용해 강조한다.
칸딘스키는 선을 점이 움직여 나간 흔적, 점이 만들어낸 소산, 정적인 것이 역동적인 것으로 비약한 결과로 표현했다. 요는 선은 ‘움직임’을 나타내며, 그건 방향과 긴장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수평선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차가운 형태, 수직선은 높이와 따뜻한 형태, 대각선은 차가움과 따뜻함의 균등한 입체감을 가진 형태로 결론지었다. 내적 울림을 ‘온도’와 연결한게 자뭇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나는 그냥 운동, 긴장감의 정도라고 생각했다. 수평선은 평화롭지만 자칫 지루하고 단조롭다고 여기기 싶고 이를 차가움에 비유한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칸딘스키는 기초평면을 작품의 내용을 담는 물질적인 면으로 정의한다. 차가운 안정감의 성격을 띤 두 요소(수평선)와 따뜻한 안정감을 띤 두 요소(수직선)는 상호 이중울림. 즉, ‘좌표평면의 안정된=객관적인 울림’을 만들어낸다. 기초평면에서 위는 여유있는 유연성, 경쾌감, 해방감, 마침내는 자유의 느낌을, 반대로 아래는 농밀함, 무거운 중량감, 묶여 있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아래쪽 경계에 가까워질수록 분위기는 한층 더 밀집된 느낌을 준다. 이렇게 된 형태는 중량감을 상실한다. ‘움직임’의 자유가 제한될수록 억제된 분위기는 최고도에 달한다. 왼쪽은 위쪽보다 더 얽매이지 않는 유연성, 경쾌감, 해방감, 나아가서 자유의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오른쪽도 아래의 연속이지만 한층 크고 밀도있는 격렬한 저항감에 부딛힌다. 예를 아래에서 위로 향하면 해방감이 있다. 이 효과는 오른쪽에서 더 두드러진다. 왼쪽을 향한다는 것-밖으로 나감-은 먼 곳을 향한 움직임이며 오른쪽으로 향한다는 것-안으로 들어감-은 집으로 향하는 움직임이다.
이렇게 평면에 내재되어 있는 내적긴장을 설명한 건 살짝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중요한건 그의 의도일 것이다. 그는 책의 말미에 그의 연구를 이렇게 설명한다. “살아 있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의 맥박이 들릴 수 있게 하며 살아 있는 것 속에서 작용하는 법칙적인 것을 확신하는 것” 그는 단순 현실 모방의 미술에서 벗어나 기하학적인 그래픽적 요소 인간의 정신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러한 그의 그래픽 이론은 현대 디자인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