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수학을 잘 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 고급 수학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초적인 수학 개념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을 갖고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생명의 수학>도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읽었습니다. 이 책은 유명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가 생물학의 위대한 발견에 자리 잡은 수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는 책입니다.
책의 구성은 초반에 생물학의 5 가지 혁명에 - 현미경, 분류, 진화, 유전학, DNA- 대해서 다루는 1부와 보다 현대 생물학에서 풀고 있는 문제들과 관련된 수학적 이야기를 담은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책 자체가 생물학 책인지, 수학 교양서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생물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생물학 연구에 있어서 수학이 공헌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기 때문에 당연히 생물학의 이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생물학과 수학 두 가지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과 생물학과 수학 중 무지한 분야가 있으면 읽어 내려가기 상당히 어렵다는 단점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사실 전 전자의 혜택보다 후자의 어려움이 더 크게 작용한 편이라서 읽는 내내 "역량 부족"이라는 말이 머리 속을 떠돌아다녔습니다. 결국 생물학을 조금 더 공부하고 다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일단은 지금까지 이해한 부분을 바탕으로 서평을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1부에서 다루고 있는 5가지 혁명은 [현미경의 발명, 린네의 분류법, 다윈의 진화론, 멘델의 유전학, 왓슨과 크릭의 DNA] 입니다. 다섯 가지 생물학의 혁명은 적고 많음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수학적 사고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멘델의 유전학에 자리한 조합론과 확률론에 대한 부분입니다. 멘델의 유전학은 기존에 사회에 뿌리 내리고 있었던 "융합 유전"을 탈피한 혁신적인 이론입니다. 부모의 유전자가 '섞여서' 어떤 '다른 성질'을 띠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각각 가지고 있는 유전 인자들의 조합을 통해 유전적 성질을 띤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이런 멘델의 유전학은 각각의 인자들의 조합이 곧 자손의 유전적 특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조합론의 범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각 조합이 되어 표출된 특징이 불확실성을 갖는 다는 점에서 확률론의 성격 또한 띠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수학과 가장 멀리 떨어진 자연과학 분야라고 여겨지는 생물학의 위대한 발견들 역시 수학의 개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꽃잎의 숫자에 담긴 피보나치 수열의 원리와 황금비에 대한 부분은 '수학은 신의 언어다'라는 실감케 합니다. 특히 황금비에 대한 저자의 서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는 황금비가 정확하게 적용되는 부분은 사실상 꽃잎 사례가 유일하다고 말합니다. 파르테논 신전, 미인의 이목구비 비율 등 사람들이 황금비의 사례라고 알고 있는 사례들은 대부분 "끼워맞춰진" 성격이 짙다는 것이니다. 이런 수학을 끼워 맞춰서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수비학' 이라고 합니다. 수를 신비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저자가 이런 수비학적 관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서술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