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학교생활

생명을 살리고 꿈을 키우는 행복한 학교

독서감상문

소년이 온다

  • 조회수 88
  • 작성자 강동민
  • 작성일 2020-01-01
  • 년도 2019년입학
  • 구분 국어교과
1장부터 6장. 그리고 에필로그까지 그 어느 것도 읽기에 쉽지 않은 소설이다. 끝까지 읽고 다시 곱씹어 보고나서야 소설의 전체를 그릴 수 있는 어려운 작품이다. 두껍지 않은 책을 생각하고 고민하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각 장의 화자(또는 중심인물)을 중심으로 내용을 파악해 보았다. <br>1장의 동호. 군인들의 총에 맞은 친구 정대의 시신을 찾기 위해 광주 항쟁에 가담한 중학생이다. 끝까지 전남도청에 남았다가 군인의 총에 희생된다. 투항하러 나오는 동호를 무참히 사살하는 장교의 잔혹성에 소름이 돋았다. <br>2장의 정대. 소설 속에서 가장 먼저 희생된 광주시민이다. 군인들이 몰래 불태우고 암매장하여 그 유골조차 찾을 수 없는 희생자기 때문에 ‘영혼’의 형태로 이야기를 한다. 시신에 시신을 쌓고, 그 위에 또 시신을 쌓아서, 시신이 썩고, 구더기가 스멀스멀 기어다니며, 총상의 구멍에서 썩을 물이 흘러내리는 참혹한 광경이 묘사되어 있다. 자신의 부패된 육신이 불타는 모습을 보아야했던 정대의 ‘영혼’이 너무나 불쌍했다. ‘서서히 조여 오는 거대한 얼음 같은 새벽빛 속에서 나는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었어.’라는 구절에서 죽어서도 평안을 얻지 못하는 희생자의 원통함을 느꼈다. <br>3장의 은숙. 동호에게 요쿠르트와 카스텔라를 챙겨주던 마음 착한 여고생이다. 동호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그 날’의 트라우마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대학을 그만 두고 인쇄소에서 일하면서도 ‘그 날’의 무자비한 권력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시청 검열과 보안 군인에게 맞은 7대의 뺨을 매일 하나씩 잊으려 하지만, 오히려 ‘그 날’의 기억이 또렷해진다. 연극 속의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의 대사에는 ‘그 날’을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죽음과도 같은 삶이 응축되어 있는 것 같다. <br>4장의 김진수. 광주 항쟁의 마지막 날까지 전남도청에 남아 있던 대학교 1학년 학생이다. 군인들에게 체포된 후의 잔혹한 고문과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자 발버둥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감옥에서 풀려난 후, ‘그 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매일 독한 술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들도 광주의 희생자였다. <br>5장의 선주. 노동운동을 하다 해직된 후, 광주 양장점 점원으로 일하다 광주의 ‘그 날’을 맞는다. 전남도청의 마지막 날, 진수와 함께 체포된 후, 여성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고문을 당한다. 이후 시민단체에서 일하지만, 정상적인 삶을 살지는 못한다. ‘그 날’의 일을 인터뷰해주기를 바라는 작가의 요청이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br>6장의 동호 어머니.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이 아파서 눈물을 쏟았던 곳이다. 자식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자식의 참혹한 죽음을 마주해야 했던 슬픔, 그 아픔을 평생 동안 가슴에 묻고 살아야했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자식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담한 어조로 표현되어 있어 더욱 가슴이 아팠다. <br>에필로그는 ‘그 날’의 광주를 겪지 않은 사람들의 몫이 담겨 있다. 기억하고 추모해야 하는 남은 자들의 몫이다. 동호의 죽음, 정대의 죽음, 그들의 죽음을 고스란히 가슴에 품은 은숙, 살아남았지만 ‘그 날’의 기억과 고문의 트라우마로 평생 고통받는 진수와 선주, 자식과 형제를 잃고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던 가족.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보듬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br>지난 겨울, 가족과 함께 광주를 찾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꼭 데려가고 싶다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전남도청, 전일빌딩,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살펴보고 5․18민주묘지에 참배했다. 광주로 가는 차에서부터 시작한 아버지의 설명은 전남도청에 전시된 당시 사진을 보고, 기록관을 관람하는 내내 계속되었다. 그때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던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리가 되었다. (아버지에게는 참으로 미안하다.) <br>광주 여행과 이 책의 독서를 통해 1980년 5월 광주를 알게 되었다. 아직도 광주는 현재진행형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광주의 정신을 깎아내리고 있고, 관련자들은 처벌받지 않았고, 헬기사격과 선주가 겪은 성폭력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광주의 진실을 밝히고,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작은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책 표지에 가득한 작고 새하얀 안개꽃. 숭고한 광주시민의 희생과 동호의 맑고 깨끗한 영혼을 가슴에 깊게 새기고자 한다.

대신고 SERVICE

대전대신고에서 필요한 서비스
바로가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