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과학 그 자체에 대한 것이다. 과학이란 무엇이며, 자신은 과학을 어떻게 배웠는지, 또 과학의 가치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서 쉽게 글을 써놓은 것 같았다. 모든 사실을 의심하면서 경험으로 검증하고, 법칙은 언젠가 뒤집어질 수 있는 잠정적인 가설이라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지식 간의 모순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합성을 유지하면서 그런 사고방식을 과학 공부를 할 때뿐만 아니라 내 삶 속에서 사회 현상을 바라볼 때에도 적용하자는 게 이 책을 통해 얻은 좋은 가르침이었다. 과학자는 아니었지만 과학적 사고를 어린 파인만에게 가르친 아버지의 교육 방식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종종 이름을 아는 것으로 배웠다고 착각을 한다. 어제 길가다가 본 새의 이름이 무엇인지, 갯벌에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현상을 무어라 부르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저 이름을 알았을 뿐인데, 그걸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험지에 그 명칭을 쓰면 점수를 받는 교육방식의 영향이라고 탓할 수도 있겠지만, 끊임없이 “왜?”를 묻는 호기심과 그 호기심을 해결해나가는 탐구심의 가치에 너무 멀어진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