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과 울림 (김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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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138억 년 전 빅뱅 이후 원자와 빛이 탄생했고 우주는 팽창을 거듭하며 시간과 공간도 함께 생겨났다. 그러나 시공간이 한 점에서 출발했다는 걸 우리가 제대로 깨달은 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온 최근의 일이다. ‘시간은 시계로 읽은 두 사건 사이의 간격’이고, ‘공간은 자로 읽은 두 지점 사이의 거리’이며, ‘거리는 공간을 점하는 어떤 크기’라는 측정으로 얻어진 물리량의 의미 정도가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사실’이다. 시공간에 대해 철학에서 많은 얘기를 했지만 “우주에 시작점이 있다면 무한한 시간 가운데 하필 그 순간에 시작했을 이유가 없고, 시작점이 없다면 모든 사건 이전에 똑같은 무한한 시간이 있어야 하므로 모순”이므로 이성으로는 답을 알 수 없다는 칸트 『순수이성비판』 같은 불가지론 해석으로 세계를 보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신의 의도’로 이 세계가 창조되었다는 종교적 관점은 더욱 답을 주지 못할뿐더러 지적 설계론처럼 터무니없는 사이비 과학으로 한숨만 유발할 뿐이다. 우주의 시작점을 과학적으로 풀어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나 빅뱅이론이 인식의 틀을 부순 건 인정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