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4학년생인 이명준은 해방 이후 북으로 건너간 아버지와 헤어지고 아버지 친구인 은행장의 집에서 지낸다. 그 집에서 신세를 지다가 은행장 딸의 친구인 윤애를 만난다. 아버지와 헤어지고 생긴 마음의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윤애와 사귀게 되고 윤애와 행복한 나날들을 보낸다. 그러던 중 남한 경찰이 명준을 찾아오고 북으로 건너간 아버지와 어떤 관계인지 수사하기 시작한다. 명준은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에 아버지와 내통한다는 경찰의 의심을 적극 부인하지만 경찰은 명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수차례의 폭행을 당한 이후 남한의 모습에 환멸을 느낀 명준은 북한의 공산주의에 매력을 느끼고, 당의 통제 하에 이루어지는 북한의 체제를 배우고자 월북한다. 월북하여 발레리나인 은혜를 만나 사랑에 다시 빠지는데, 은혜의 당에 순종하는 모습에 다시 한 번 명준은 회의를 느낀다. 자유가 없고 모든 것이 당의 통제 하에 이루어지는 북한의 모습이 정상적이지 못하다고 느낀다. 남한의 광장은 무척이나 넓어서 모든 자유가 허용되고 많은 사람이 광장으로 나와서 생활하기 때문에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빈부격차가 심해진 공간이라고 명준은 인식하는 반면, 북한의 광장은 당의 통제 하에 아무도 집 밖을 나오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살아가는 그런 삭막한 공간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남북전쟁이 일어나고, 낙동강 전투에서 은혜를 잃는다. 은혜는 죽기 전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밝힌다. 은혜와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명준은 전쟁이 끝난 후 중립국행을 결심한다. 그리고 인도로 가는 타고르호에 몸을 싣는다. 명준은 영어를 할 줄 알았기에 선장과 친해졌는데, 중립국으로 가는 전쟁포로들로부터 육지를 잠시 밟게 해주기를 선장에게 부탁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명준은 거절했지만 마지못해 선장에게 말을 건넸지만 선장은 포로들이 도망갈 것이라고 생각하여 육지 상륙을 거절한다. 선장의 말을 해명하는 명준을 포로들은 폭행하고, 선장은 포로들을 잠시 감금시킨다. 타관으로 혼자 떠나는 명준은 다시 한 번 깊은 회의를 느끼게 되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현실에서 자신의 광장이 매우 좁아 숨 쉬기 어렵다고 느낀다. 그 순간 명준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과 같은 섬뜩한 감정을 느낀다. 이 감정은 갈매기들이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서 온 감정이었다. 어미 갈매기와 새끼 갈매기가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에 역겨움을 느낀 명준은 총을 집어 들고 갈매기를 쏘려고 하지만 쏘지 못한다. 자신의 현실 모습과 대비되는 갈매기가 바닷가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에 질투심을 느낀 명준은 끝없는 파도의 소용돌이를 향해 몸을 던진다. 이로서 인간 세계의 더러운 광장을 벗어나 죽음이라는 끝없고 넓은 광장으로 명준은 탈출한 것이다. 광장은 해방 이후 자리잡지 못한 남한과 북한의 모습에서 오는 회의를 묘사하고 있다. 서로 명분만을 내세우지만 현실은 명분과 너무나 동떨어진 남한과 북한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이로부터 60년 이상이 지난 지금, 과연 우리 사회는 그때와 많이 달라졌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계속해서 빈부격차가 해소되지 않고 있고, 강자가 넓은 자유주의라는 광장에서 약자를 착취하고 있다. 북한은 어떠한가, 김일성보다 더욱 심한 감시와 공포정치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는 북한 정권은 그 때의 광장보다 좁아지고 숨 쉬기 어려운 공간이 되었다. 북한의 좁은 광장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북한 사람들을 남한의 넓은 광장으로 이끌어내고, 또, 넓은 남한의 광장에 모두가 잘 살게 하는 시스템을 건설하는 것이 이상적인 광장을 갖춘 대한민국이 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나는 이 광장을 건설하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