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짐작했던 느낌 그대로 이 책에서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평균이라는 기준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누군가의 성적을 평균과 비교하며 평균보다 높은 사람은 ‘우수’라는 등급을 부여하고 그보다 낮은 사람에게는 ‘미흡’이라는 등급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사람인데,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이 문제에 해당하는 것 같다. 이 글을 쓰기 10분 전만 해도 나는 내 성적을 평균과 비교당했다. 물론 나는 1등급이기에 우월감을 느끼고 있지만, 5등급 이하의 학생들은 내 우월감의 정도와 비슷한 정도의 자괴감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공부를 잘 한다는 이유로 내게는 ‘훌륭한 학생’이라는 이미지가 부여되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게는 ‘부족한 학생’이라는 이미지가 부여되는 현실에 나 또한 문제를 제기한다. 그런데 이 현실을 개혁하고 고칠 수 있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뿐이다. ‘부족한 사람’ 즉, 평균보다 미흡한 사람은 평균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를 절대 개혁할 수 없다. 이로 인해 능력 있는 사람은 자신의 지위를 계속해서 세습한다. 이런 사회를 이루는 토대는 바로 평균이다. 평균은 훌륭한 사람과 부족한 사람을 구분한다. 작가는 평균의 종말을 통해 개개인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br> 평균의 개념은 ‘천성’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도덕성, 진실성, 성실성과 같은 천성이 누군가에게 주어졌다면 그 사람은 항상 도덕성, 진실성, 성실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내가 정직한 행위를 했다면, 나는 다음에도 정직한 행위를 할 것이라고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도덕성, 천성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며 맥락적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이 의견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스스로 내가 도덕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던 중, 어떠한 사건에서 감정에 못 이겨 충동적으로 잘못을 저질렀던 경험이 있다. 이 사건 이후 나는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에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뒤로, 내 행위는 맥락에 따른 행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위로가 되었고, 앞으로 나는 어떤 맥락에도 옳은 행위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옳은 행위를 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형편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개개인성에 맞춘 행위를 한 것이다. 이 개개인성이라는 개념은 나를 온전히 바꾸었다. 나는 평균으로 인해 평가받는 어떤 보편적인 사람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