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보통 ‘삼촌’이라는 단어는 어머니의 남동생, 혹은 오빠를 가리키기에, 순이삼촌이라는 제목 역시 이와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러나 제주도에선 삼촌이라는 단어를 부모의 형제자매를 모두 일컫는 단어로써 사용하고, 때문에 작중에서 ‘순이삼촌’은 주인공의 이모로 등장하는 반전이 숨겨져 있다. 내용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푸근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제주 4.3 사건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배경으로 한다.
<br> 제주 4.3 사건은 광복 직후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이 과정서 전체 주민의 8분의 1이 희생 되는 등 큰 피해가 잇달았으나 이후 6.25 전쟁이 발발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작중에서 순이삼촌 역시 제주 4.3 사건의 피해자 중 한명이다. 군인들의 총질에 가족들을 잃었고, 자신이 일구던 밭엔 주민들이 묻혔다. 사건 이후 PTSD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던 그녀는, 결국 20여년의 시간이 지나 사건이 일어났던 자신의 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을 옳아메던 그 사건으로부터 도망친 걸까. 철학자인 니체가 주장한 영원회귀론에 따르면 사람은 죽고난 이후에도 같은 삶을 반복한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에 따른다면 그녀는 죽음으로써 구원받는 게 아니라 무한한 굴레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아픈 기억을 잊어버림으로써 되돌아보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억은 한편으론 발돋움할 발판이자 성장통이다.
<br> 제주 4.3 사건 역시 이와 마찬가지이다. 이를 기억 속에 묻고 지나간다는 것은 죽은 자를 두 번 죽이는 일과 다를 바가 없다. 역사는 기억될 때 비로소 그 힘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