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의 소재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던 시대의 이런 아픔이 있었다니 실로 놀라웠다. 학창시절의 역사 수업보다 소설 '모멘트'를 통해 장벽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분단된 베를린의 역사를 더욱 흥미롭게 배웠고,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를 통해 러시아혁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검색을 하며, 앞으로도 배움을 주는 소설을 많이 읽고 싶다고 다짐했다. 영화를 통해 광주의 이야기를 여러차례접했다. 택시운전사등등...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관한 많은 영화를 보았지만, 책으로 접한 적은 없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지만, 역시 광주 이야기는 가벼울 수 없었다. 소설이지만 팩트이다. 그때 당시의 대통령은 회고록을 출간했고, 골프를 치고 얼마전에는 20년을 기념하는 오찬모임에도 참석한다. 법정에는 알츠하이머병이라며 참석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내가 잘못을 했든 안했든 누군가는 아파하고 있는데 그 마음을 보듬어줘야 하는게 사람의 도리이지 않은가 싶다. 기자들의 질문에 '이거 왜 이래' 라고 밖에 할 수 없는가...
<br>대통령이었던 사람이... 20살도 안 된 어린아이들이 총을 든 군인들에게 투쟁하다 곤봉에 맞고, 총알이 박혀 시체가 되어 쌓인다.
<br>권력을 잡기 위해 시민들에게 총을 겨눈 일이, 불과 1980년이다. 책 속에서 살아남은 자가 군인들과 같은 '인간'인 것에 대해 부끄러워한다. 캐비닛에 숨어있다, 결국 두 팔을 들고 나오는 어린 학생들에게도 총을 쏜다. 설마 항복하고 나오는 너희들에게 총을 쏘겠냐며, 그들보다 조금 더 큰형들이 알려준 대로 항복하며 나왔지만, 군인들은 총을 쏜다. 군인들은 당시 광주시민들을 모두 두 발씩 쏘아 죽일 만큼의 총알을 받았다. 더욱 잔인하게 시민들을 괴롭히는 군인들에게 오히려 상을 주었다.
<br>권력을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 읽으면서도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니, 믿고 싶지 않았다.
<br>소설 속 인물처럼 지금도 누군가가 그날에 대해 기록하며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한강 작가도 이미 수 많은 영화와 책으로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5.18에 관한 소설을 집필했다. 몇 번이고 꺼내 읽어 그 날의 광주 시민들을 오래도록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결코 잊지 말고 기억하는 것이 그들에 대한 복수이다.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꼭 기억할 것이다. 일본의 위안부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