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는 한국사라는 과목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타 과목에 비해 고리타분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할 뿐더러 가끔은 쓸모없다고 여길 때도 있기 떄문이다. 그런데 한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일화나 연대기를 다룬 작품은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책 <왕의 하루>가 저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 책은 역사 속 최고 권력자라고 할 수 있는 '왕'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책은 크게 역사를 바꾼 운명의 하루, 군신이 격돌한 전쟁의 하루, 하루에 담긴 조선 왕의 모든 것이라는 순서도 짜여져 있으며 각각 5개의 중요한 사건 및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왕의 새벽부터 밤까지 사생활을 실감나게 소개한 1부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1부에서는 태조가 조선을 세우던 날, 연산군과 광해군이 왕좌에서 쫓겨나던 날, 소현세자와 정조가 죽음을 맞이한 날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광해군이 중립외교로 나라를 안정하게 한 명군이 아니라 자기 정권조차 지킬 의지가 없었던 암군에 가까웠다는 저자의 표현은 충격적이었다. 광해군의 뛰어난 정치로 근거로 제시하며 나는 그동안 광해군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었는데 광해군이 왕좌에서 쫓겨난 날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니, 광해군이 행했던 일의 의도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저자의 주장도 상당히 일리가 잇었다. 이 책 최대의 장점은 그 무엇보다도 재미있다는 것이다. 이건 굉장히 중요하다. 한국사를 재미있게 담아내기란 정말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책의 재미 요소는 조선 왕들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알아간다는 점인 것 같다. 간만에 읽은 재밌는 역사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