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으로 바라본 하루 (저자: 오스카E, 페르난데스)
<br> 안타깝게도 오늘날 많은 사람이 수학에 겁을 먹고 너무 추상적이어서 이해하기 어렵다고만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이미 수학에 익숙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br>이런 마음으로 썼다고 하는 책, <미적분으로 바라본 하루>는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수학에 익숙해졌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저자의 각고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1장에서는 미적분 기초의 기초가 되는 ‘함수’를 이용하여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음을, 2장에서는 변화가 있는 것들의 예를 설명하며 그런 변화가 있는 모든 것들은 미분(도함수)을 이용하여 설명할 수 있음을, 3장에서는 여러 현상을 수학화 하며 이런 방법이 어렵고 복잡해 보일 수도 있는 수학화를 통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길임을 보여준다. 4장에서는 이처럼 미적분과 일반적인 수학으로 보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현상들도 연결하면 수학적으로 설명해 낼 수 있음을, 5장에서는 수학이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예들을 보여주며, 6장에서는 적분이 등장, 더해야 하는 상황들에 존재하는 적분을 보여주고, 7장에서는 이렇게 미분과 적분을 통해 보면 실생활의 많은 현상에 대한 이해가 오히려 쉬워질 때가 많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렇게 이 책은 평범한 일상의 요소들을 뽑아서 그 하루에서 마주칠 수 있는 삶의 현상들을 함수부터 극한, 미적분에 이르러 적분까지, 수학의 언어로 될 수 있으면 쉽게 느끼도록 해석해 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랍어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아무리 흥미로운 내용의 ‘아랍어로 쓰인 책’을 주더라도 거기서 어떤 재미도 느껴낼 수 없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재미있는 예를 들어 흥미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썼지만 수학의 언어로 쓰인 부분이 상당수 되어 이 수학의 언어를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 흥미로운 내용을 이해하고 재미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는 미적분을 모르는 상태에서, 미적분을 공부하기 전에 미적분에 흥미를 느끼기 위한 목적으로 이 책을 읽기에는 다소 버거운 난이도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영역을 새롭게 파고들며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모를까 문과이면서 수학을 포기했던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꽉 채우는 어려운 수학용어들 때문에 진도가 잘 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 ‘수학에 흥미를 느끼기 위해서’ 이 책을 보면 오히려 ‘수학은 역시 참 다가가기 어려운 것이구나.’ 란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것이었다. 다만 수학이 익숙한 사람들이 읽으면 수학의 매력에 더욱 푹 빠지게 될 책이다. 수학이 익숙하다는 기준은 고등학교 때 이과였던 사람들(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미적분을 기본이라도 배운 사람들)에 한한다. 이렇게 이 책은 수학에 쉽게 다가가도록 도와준다는데 실제 이 책을 읽을만한 대상은 수학에 이미 친한 사람들이며, 이들이 수학과 더 친하게 만들어 주는 이 책은 수학 친근감의 양극화를 조장하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br>그럼 ‘이 책을 통해 수학에 친근감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는 저자의 의도와 ‘미적분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는 선전문구에 이 책의 실제 내용이 이렇게나 부합하지 않는다면, <미적분으로 바라본 하루>는 배울 점, 즐길 점이 없는 책인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저자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어쩌면 그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라 지나친 것 같은 매력을 품고 있다. 그것은 이 책을 읽는 것이 ‘과학적 시선’의 탑재를 도와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적 시선이란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항상 강조했던 과학적 지식이 아닌, 과학적 호기심을 가진 시각을 말한다.물리 세계의 궁극적인 특성에 관심이 있을 경우, 현재 우리가 그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학적 추론을 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수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세계의 어떤 측면들은 충분히 음미할 수가 없어요. 사실 거의 음미할 수 없지요. 수학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자연 법칙의 보편성이라는 심오한 특성이나 사물들의 관계를 제대로 음미할 수가 없다고 봅니다. 나는 세상에 오로지 물리학만 존재한다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물리학에 관한 한, 수학을 모르고 세계를 이해하려고 하면 심각한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리처드 파인만, <발견하는 즐거움>, 이 책에서는 특히 아래와 같은 부분이 흥미로웠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크기가 커지면서 면적도 같이 증가한다는 거야(눈덩이를 상상해봐). 손바닥처럼 더 커진 면적은 더 큰 공기 저항을 받아서 빗방울의 가속도를 줄이게 돼. 결과적으로 가속도가 0이 되고, 이건 속도가 증가하다가 멈추게 된다는 걸 뜻하지. 여기에서 또다시 공기 저항이 우리의 일을 줄여주지. 빗방울은 공기 저항을 겪으면서 수차례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지게 되니까, 빗방울이 내 우산에 닿을 때면 대부분 물방울의 무게는 0.318그램밖에 안 된다는 거야. 오스카E. 페르난데스, <미적분으로 바라본 하루>, 나도 어릴 때부터 많은 호기심 품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빗방울에 대한 생각은 왜 안 해봤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접하게 되는 빗방울을 가지고 이렇게 많은 과학적 원리를 생각해 볼 수 있다니, 생각보다 느슨했던 나의 과학적 시선이 자극되었다. 난 과학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과학자는 더더욱 아닌, 평범한 학생이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했듯이 재미있는 수학의 원리들이 이렇게 곳곳에 깔렸는데도 호기심의 불이 꺼진 채 사는 것은 재미나는 일이 가득한 세상을 즐기며 살 수 있는 도구를 썩히고 있는 일이 아닐까? 는 생각을 이 책을 읽고 하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나의 과학적 시각의 생동감을 깨우고 싶다는 생각을 저자의 생동감 넘치는 수학적 시각을 보고 하게 된 것이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숨이 차는 상황에서도 힘들다고 불평하기보다는 뇌를 가동해 힘든 상황을 분석해보는 자세, 처음 몇 발자국은 쉽지만 계속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기 시작하지. 이는 갑작스러운 산소 요구량을 충족시키려는 현상인데, 산소를 빠르게 내 혈관을 통해 근육들로 분배하게 되지. 우선 내 혈관이 팽창해서 더 많은 피가 흐를 수 있게 하는 거야 그 피를 최대한 빠르게 근육으로 전달해야 하겠지. 모든 방향으로 뻗은 혈관을 떠올리면서 다른 질문이 생겼어. 어떻게 모든 몸이 가장 효율적인 분기점과 방향을 아는 걸까? 밤하늘의 별을 보고 남들과 ‘예쁘다’란, 남들 다 하는 생각에만 묻히지 않고, 그 별의 빛이 자신의 눈에 들어오기까지의 시간을 헤아려보는 자세, 내가 어렸을 때 배웠던 정말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우리가 하늘을 볼 때마다 사실 과거를 보고 있다는 거야. 이건 분명 내가 수학과 과학에 관심을 가지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지. 이렇게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에서 과학적 현상을 발견하고 이것에서 머물지 않고 그것의 수학적 원리를 탐구하는 저자를 보고 자극을 받았다. 더욱 사물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지식을 배우는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학자인 저자처럼 모든 원리를 수학적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리처드 파인만’ 처럼 물리학적인 발견을 해낼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을 가지며 살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상에 젖지 않고 평범한 하루도 반짝이는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에 산재한 놀라운 사실로 인해 과학적 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 않을까? 과학은 인내였다. 여러분이 지켜보며 관찰을 한다면, 그리고 주의를 기울인다면, 거기서 커다란 보상을 받게 됩니다. 반드시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것은 여러 해 걸리고, 어떤 것은 조금 걸린다. 수없이 실패하기도 했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것도 많았다. 그러나 거기에는 매번 내가 어릴 때 기대할 수 있다고 배운 새로운 이해의 황금이 이었다. 그것은 관찰의 결과였고, 관찰이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를 배운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