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학기 국어 시간에 <돌다리>를 공부하며 <돌다리>에 나왔던 주인공의 가족사와 주인공 가족에게 일어나는 사건을 매우 재미있게 봤다. 그래서 김옥진 선생님께 가족들이 나오는 소설에 대해 질문을 드렸고 이러한 소설이 전원소설이라는 것과 전원소설 중 하나인 <병신과 머저리>를 함께 알게 되었다.
<br> 이 책은 6.25 전쟁의 참전 용사이자 현재 의사로 일하고 있는 형과 화가인 그 동생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동생은 사랑하던 여자인 혜인에게 청첩장을 받고 고민에 빠진 상태였고 형은 6.25 전쟁 중 자신이 낙오되어 겪었던 일을 소설로 쓰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생은 형의 소설을 몰래 훔쳐보게 되었고 낙오되었던 형과 동료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형의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김 일병과 관모였다. 형은 전쟁 중 중공군의 기습을 받아 부상을 입은 병사들을 치료하던 도중 김 팔이 잘려버린 김 일병을 발견하고 응급 지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다시 중공군의 기습을 받게 되었고 김 일병과 함께 낙오되었다. 그 후 부상병인 김 일병을 이끌고 더 안전한 곳을 찾아 이동했고 동굴을 발견했다. 공교롭게도 그곳은 김 일병과 사이가 좋지 않던 관모가 대피했던 곳이었지만 형과 김 일병은 관모의 동굴에서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동굴에서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부족한 식량으로 인해 관모는 김 일병을 죽이려고 했고 김 일병은 상처가 점점 심해져 가는 상황이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형은 처음에 관모가 김 일병을 죽이려고 하는 것을 절대 반대했으나 김 일병이 갈수록 움직임이 둔해지고 가만히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김 일병이 죽어도 좋다는 생각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여기서부터 형의 소설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동안 기다려오던 동생은 참을 수 없는 궁금증과 호기심에 결국 자신이 결말을 맺었다. 관모가 김 일병을 죽이고 형은 참새 가슴처럼 마음을 졸이며 끝나는 결말이었다. 그 후 형은 동생이 쓴 부분을 뜯어내고 다시 그 부분을 완성했다. 관모가 김 일병을 죽였고, 형은 그러한 관모를 죽인 결말이었다. 소설을 완성한 형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병원에 나가기 시작했고 어느 날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와 동생과 언성을 높이며 자신이 쓴 소설 이야기를 했다. 이 부분이 마지막 내용이었다.
<br> 이 책을 읽고 해석을 찾아보니 ‘병신’은 6.25 전쟁 때 낙오된 사건으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형을, ‘머저리’는 자신의 아픔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동생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되었던 입장은 ‘형’이었다. 이기적이고 잔인한 관모에게 수많은 수모를 겪고 관모가 김 일병을 죽이는 장면까지 본 형이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느껴졌다. 그러면서 형이 관모를 죽인 죄책감에 시달리는 게 안타깝기도 했다. 전체적인 내용으로 봤을 때 이 소설은 6.25 전쟁에서 겪은 개인의 아픔과 전쟁 이후에 시달리는 죄책감을 정말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