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주변에서 철학책을 읽어야 한다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철학책을 쉽게 읽을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이 책에 대해 알게 되었고 드디어 그 어렵다는 철학에 도전하게 되었다.
<br><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 고민해보고 생각해볼 문제나 주제를 철학자의 이론을 대입해 풀어준다. 이 책의 좋았던 점 중에 하나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철학에 대해 작가가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거나 어려운 철학 이론을 쉽게 풀어준다는 점이다. 이런 작가의 역할이 없었다면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 못했을 것이다. 사실 작가가 풀어서 설명을 해줘도 이해 못한 부분들도 몇 군데 있어 그 정도로 철학이 어렵다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br>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2장 사유의 의무 :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다. 1961년 12월 예루살렘에서 열렸던 아이히만의 재판을 기록한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는 당시 특파원으로 재판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던 기자 아렌트의 기고문 내용이 담겨있다. 아이히만은 유대인 수백만 명을 학살한 일에 분명히 책임이 있는 전범자로 자기 자신이 단지 상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렌트의 기고문에 의하면 히틀러 치하에서 유대인 이주국을 촹괄했던 관료 아이히만은 잔혹한 인물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었던 아이히만이 그토록 잔인한 일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여기서 아렌트는 '순전한 무사유'의 책임을 부과하며 사유란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권리가 아니라 반드시 수행해야만 하는 의무라고 강조한다. 작가는 아렌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무사유의 상태에 빠져있다면 우리도 언제든지 아이히만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무사유의 위험성에 대해 일깨워준다. 즉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고 반성해보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언제든 나쁜 일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br>이 책은 정말이지 여러모로 유익했다. 살면서 한번쯤 고민해봤던 문제에 대해 철학을 통해 깊이있게 생각해보기도 하고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들을 철학 이론을 통해 새롭게 깨우친 것들도 많았다. 책이라는 선생님을 통해 자식을 더 깨우치고 확장시킨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