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사이먼 싱)
<br>독서기록은 형식 맞춰서 간결하게 써야 한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건 이 책을 읽은 뒤 받은 충격과 인상을 반드시 기록해둬야 한다는 어떤 의무감 때문이다. 길고 장황하다. 흥분된 상태의, 솔직한 내 느낌이다. 저자가 x, y, z 변수를 “징그럽다”고 표현한 데서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은 대중의 흥미와 이해도를 고려하여 어려운 수학적 내용을 배제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자세한 증명 등은 부록에서 다뤘으며(그 내용마저도 중고등학생 때 배우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책을 ‘쓰는’ 저자와 달리 현실적으로 앞의 내용을 모두 기억하기 힘든 독자들을 배려하여 주요 내용을 티 안나게 여러 번 강조해서 쓴 점이 눈에 띄었다. 예컨대, 와일즈가 첫 번째 도미노를 쓰러뜨리고, 이제 나머지 도미노를 쓰러뜨리면 된다는 설명이 계속 반복되어 방대한 증명 중 어느 과정에 와 있는지 똑바로 알 수 있었다. (거의 세뇌당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반복되었다.) 또한 이 책의 많은 부분은 ‘페르마의 정리’라는 주제와는 전혀 딴 판인듯한 수학자 얘기로 시작하고, 그 수학자가 발견한 개념을 소개한 뒤, 사실 이게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할 때 쓰인 개념이야!로 끝나는 일관되고 명확한 흐름을 갖고 있었다. 그 안에서 모든 극적 요소들과 유익함이 한데 섞여 적재적소에 등장했다. 수학자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다 스릴있고, 코믹하고, 생동감 넘쳤다. 물론 주인공 앤드류 와일즈도! 그리고 페르마도. 아, 정말이지 이야기의 흐름은 소름 끼치게 절묘했다. 과거를 여행하고 현재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하면서도 머릿속에서 모든 이야기들이 깔끔하게 정리되고,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하는 데 사용되었던 모든 추론과 정리, 그리고 각각에 해당하는 수학자들까지 질서정연하게 머리에 들어왔다. 타니야마-시무라의 추론(타원 곡선, 모듈 형태, L-급수, M-급수, 시계 대수학), 콜리바긴-플라흐의 방법, 이와자와 이론, 갈루아의 군 등 수많은 개념과 앤드류 와일즈, 페르마, 유타카 타니야마, 고로 시무라, 오일러, 소피 제르맹, 라메, 코시, 쿰머, 볼프스켈, 힐베르트, 앨런 튜링, 존 코티스, 켄 리벳, 에바리스트 갈루아, 닉 카츠, 켄 리벳, 리처드 테일러, 프레이, 배리 마주르, 피터 사르낙 등 수학자들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아, 정말 유익한 책이다. 수학에 대한 흥미를 샘솟게 하는 신기한 책이다. 수학은 아름답다, 논리적이다, 순수하다는 말이 귀에 박히도록 듣는 진부한 말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읽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학은 정말로 아름답고, 논리적이고, 순수하다. 대통일 수학은 미쳤다. (책의 한 챕터 제목이기도 하다. 정말 적절한 제목이다.) 수학의 여러 분야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 모든 게 논리적으로 들어맞는다는 사실은 정말로 아름답다. 현대 수학과 전통적인 수학을 완벽하게 결합시킨, “(켄 리벳曰)정수론 분야의 최근 아이디어가 총망라되어 있는” 앤드류 와일즈의 방대하고도 위대한 증명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를 읽고 간결한 증명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이렇게 방대한 이론을 엮어 무궁무진한 학문적 발전을 가져오는 증명 또한 이루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증명이 더더욱 아름다운 이유는 앤드류 와일즈가 10살 때부터 지녀 왔던 평생의 꿈이자 7년 간의 외로운 싸움 끝에 이루어낸 쾌거이기 때문이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역사적인 증명이기 때문이다. 앤드류 와일즈가 위기의 순간을 극적으로 극복했을 때 “눈물이 났다”고 표현한 그 감정을 백 번 이해할 수 있다. 아, 정말. 아이작 뉴턴 연구소에서 증명을 끝마쳤을 때도 나지 않았던 눈물이 그때 났다는 와일즈의 말이 모든 걸 설명한다. 정말 멋있다. 7년 간의 완전한 몰입. 성공. 위기. 부활. 그리고 역사. 앤드류 와일즈도 멋있지만 그 전에 수많은 수학자들의 논문과 프레이의 논리, 리벳의 증명 등이 배경이 되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그토록 격하게 소름끼치며 감동적이고 심장 쫄깃하고 재치있게 풀어낸 필력에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참 많은 걸 느꼈다. 충분히 설명한 것 같다. 책 한 권이, 자기계발서도 아니고 수학 책이,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온 몸으로 깨달았다.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다.
<br>
<br> 미적분으로 바라본 하루( 오스카 E. 페르난데스)
<br>
<br>감기의 미적분학 미적분을 통해 효율적으로 속도위반을 잡아보자 등등 일상속의 소재들을 미적분과 밀접하게 연결시켜 소개함으로써 일상 생활 속의 많은 부분에 수학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문체 역시 친근감있게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그러나 여전히 한계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외국인 어른의 입장에서 책이 쓰여있기 때문에 한국 감성을 가진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소재들이 많았던 것 같다. 예를들어, 정치, 실업률, 퇴직 소득, 손익분기점 등등은 '아이들'이 미적분을 이해하기 위한 소재로 탁월하지는 않았다. 또한 최적의 길을 찾는 과정에서 갤런이라는 단위를 사용하고 인치, 피트, 파운드 등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위들을 가지고 설명하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밀접하게 '이래서 관련이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기에는 조금 힘든 면이 있을 것 같다.굳이 미적분으로 바라본 하루라고 설명하기 보단, 물리법칙으로 바라본 하루... 라고 생각해도 될 만큼의 물리 내용이 등장한다.물론 물리학의 법칙들은 수학적인 수단을 이용해서 표현하지만,읽는 사람의 입장에선 이를 굳이 미적분이라고 연결시키기보단 물리법칙으로 연결시켜 이해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이 든다. 러데이 유도법칙이나 뉴턴의 공식 등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게 이미 미적분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미적분으로 바라볼지라도 물리학 법칙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책을 읽을 때는 헉...하는 느낌이 들지 않을거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특히 막판에 우주의 나이를 계산하는 것은 물리 기본이론과 수학의 기본 이론 둘다 비등하게 준비되어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거라 생각이 든다. 전공도서가 아닌 교양도서의 한계이기도 한데, 수학적 공식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알려주기 보단, 결과가 이러니 미적분하고 관련있다! 고 결과를 통보하여 알려주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수학의 시작은 호기심이라면서 왜 이러한 현상이 이러한 식으로 표현이 되고 그래서 미적분하고 관련이 있다, 를 설명하기 보다는 이러한 현상을 수식으로 나타내면 이렇게 된다! 그리고 이를 미분하면 이러한 결과가 되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전공도서가 아니기 때문에 독자를 고려하면 이는 당연한 선택이기는 하지만 약간의 의구심과 탐구심(?)을 가진 독자의 입장에서는 왜 이러한 현상을 이런 수식으로 표현을 할 수 있지? 라는 의문은 들 것 같다는 입장이다. 왜 이런 수식이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내용을 부록에 첨부하거나 또는 참고문헌으로 목록에 올려주었다면 좋지 않았나 한다. 렇다고 이 책이 별로였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또는 수학을 손에서 놓은지 꽤 시간이 된 사람의 입장에서 이 책은 미적분의 기초부터 활용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친절하게 설명을 많이 해준다. 특히 부록1~7에 해당하는 부분은 미적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미적분 기본을 이해하고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학 개념에 대한 설명들이 탑재되어 있다.수학을 1도 몰랐던 사람이라고 부록을 통해 공부하면서 책을 읽으면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추상적으로만 접근했던 미적분이라는 것을 실생활의 다양한 소재들과 연결시켜 제시함으로써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물론 일상생활을 더욱 실질적이고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교양을 길러주기도 하고 말이다.
<br>확실히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수학은 개념의 현실 적용보다는 계산과 문제풀이에 집중되다보니 흥미롭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류의 교양도서는 아이들이 수학을 새롭게 인지하고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니 아이들의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데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들이 도서를 읽는 것 역시 교양, 흥미에 의함이라기보다 독서기록에 한줄이라도 추가하자는 의도에 의함이기도 하지만 억지가 아닌 흥미로, 본인들이 진짜로 원해서 이러한 책을 읽는다면 수학에 확실한 흥미와 친밀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