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의학의 법칙들>은 의학이 과학일까 하는 물음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자 싯다르타 무케르지가 생각하기에 과학의 필요조건 중 하나는 마치 물리학, 화학 처럼 보편적인 특성을 설명하는 법칙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물리 등 자연과학에는 뭐 뉴턴의 법칙이라든지 상대성이론이라든지 다양한 법칙들이 존재하지만 "의학의 법칙"이라고 생각한다면 마땅히 떠올리는 게 없다.
<br> 저자는 오랜 기간동안 의사로 일해오고 사회에 공헌해 오면서 배우고 느낀 점들을 저자만의 의학의 3법칙으로 녹여내 이 책에 소개하고 있다.
<br> 제 1법칙은 바로 "강력한 직관은 근거가 미약한 검사보다 훨씬 힘이 세다" 이다. 아무리 현대의학기술이 발전해왔고, 또 발전해 간다고 하더라도 의학적 진단을 위한 검사들은 여전히 100% 완전하지 않고, 불완전한 부분이 상당수 존재한다. 진단에 꼭 필요한 것이 사전지식과 직관으로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과정인데,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하여 검사를 틀릴 확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가정병원들에서는 너무 진단을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하지 않는 듯하다. 환자의 질병에 관해 몇가지 중요한 질문조차 하지 않고 3분안에 약처방까지 속전속결로 끝내버리는 우리나라 동네병원들의 진단모습은 문제가 있는 듯 하다고 생각한다.
<br> 저자의 의학 제 2법칙은 "정상적인 것들은 규칙을 가르쳐준다. 하지만 법칙을 가르쳐주는 것은 예외들이다."이다. 저자는 각종 약품등을 실험할때 예상치 못한, "정상적"이지 않는 반응이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의학발전을 위한 매우 중요한 단초일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예로 방광암환자를 위한 약품을 개발하던 도중 45명의 방광암 환자 중 단지 1명에게만 효과가 있었던 약에 대해 얘기했다. 보통이라면 이 약은 떨어지는 성능으로 인하여 폐기처분되었겠지만, 한 의사는 그 예외적 1명에게 주목하여 그 환자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여 특정한 유전자 변이가 있는 방광암에 효과가 탁월한 약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뒤돌아보면 그 예외적 1명은 단순히 이상하고 예외적인 사례인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형태의 방광암에 걸린 환자였던 것이다. 이처럼 제2법칙은 의학은 아직 전혀 완성되지 않았으며 언제든지 변하고 수정될 수 있는 학문임을 상기시켜 준다. 또한 일상생활 속에서 나는 독특하고 예외적인 사례들에 단순히 이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고 특별히 주목하고 관찰,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제 2법칙이었다.
<br> 마지막으로 제 3법칙은 "의학적으로 완벽한 모든 실험에는 완벽한 인간적 편향이 끼어든다."이다. 의학에 대한 연구의 매우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연구대상, 실험자가 수동적인 실험 참여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주체라는 것이다. 환자는 실험에 참여한는 동안 예상과 전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예를 들어 유방암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정상인과 유방암환자에게 평소 식습관을 물어본다고 저자는 가정했다. 평소 비슷한 식사를 해왔다 하더라고 유방암환자들은 정상인들에 비해 인스턴트 식품과 고지방 식품을 주로 섭취해왔다고 응답할 가능성이 높다. 환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암의 원인을 찾으려는 성향이 있게 대문에 인스턴트 식품 등을 먹었던 사실을 더욱 선명히 기억해내는 것이다. 이 처럼 사람은 단순히 의사들의 예상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저자는 이러한 각종 편향들을 피하기 위해 의사들이 질병 사냥꾼이 아니라 편향 사냥꾼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br> 물론 단순히 법칙이 존재한다고 해서 의학이 과학이라는 증거가 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저자는 오랜 시간 연구끝에 단순히 의학에 국한된 분야 뿐만아니라 전분야에 적용가능한 다양한 법칙 등을 찾아냈고, 이는 이 얇은 책이 가진 가치가 절대 작지 않다는 증거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