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으로 이루어진 세상 - 라이너 그리스하머
<br>비전문가를 위한 과학 입문서를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과학적인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하면 이해하기 어렵게 되고 무조건 이해가 쉽게 쓰려면 내용이 모호하게 되기 쉽다. 라이너 그리스하머가 쓴 <아톰으로 이루어진 세상>은 원자의 측면에서 본 화학에 관한 책, 즉 근본적으로 원자로부터 출발하여 화학적 현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책이다.
<br> 원자의 수준에서 화학적 현상을 이야기하려면 기본적으로 원자들의 체계와 원자들과의 상호작용인 화학결합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이 부분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작가는 사람들이 모를 것이라는 가정을 하였는지 이 내용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의인화를 이용하였다. 즉 원자들의 체계를 원자들의 신분증이라는 비유로 그리고 원자들의 상호작용을 악수, 사랑, 우정, 이혼 등의 비유를 사용하여 독자들이 친근하면서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br> 책을 읽으면서 든 첫 번째 궁금증은 “왜 화학과 큰 관련이 없는 카슨이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인가?” 이었다. 우선 멘델레예프는 원자들의 성질을 주기율표를 통하여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화학자이다. 즉 책 제목의 아톰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환경학자 카슨은 세상과 연결된 화학을 나타낸다. 그런데 왜 화학공학 엔지니어가 아닌 환경학자가 세상을 표방하도록 저자가 설정하였을까? 여기에서 우리는 화학에 대하여 저자가 가지고 있는 애정 어린 시선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화학공학에 대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글쓴이는 일부 이런 견해에도 불구하고 화학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화학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해 준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br> 이 책은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 2, 3, 4장은 탄소, 철, 산소와 관련된 내용을 각각 다룬다. 5장은 생체 화학반응을, 6장은 반도체와 연관된 규소 그리고 LCD의 액체 결정들을 이야기한다. 위의 주제들은 거의 무한히 다양한 화학 현상 중에서 현실 생활과 제일 밀접한 것들 중에서 선택된 것이다.
<br>2장에서 탄소를 이야기할 때는 석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석유의 생성, 정류, 연소, 온실 효과 등이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설명되고 있다. 3장에서는 철의 정제 분류 과정이 먼저 소개되어 자동차로 이야기가 연결되고 자동차의 엔진에서 일어나는 연소과정이 2장의 내용과 연결되어 설명되고 있다. 특히 3장의 끝부분에 나오는 멘델레예프의 음주 사고에 이르러서는 글쓴이의 글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4장에서는 염색과정, 염료, 비누 등에 초점을 두고 산소에 관련된 화학 현상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인디고와 관련된 내용이 아주 흥미롭다. 5장에서는 음식, 광합성, 소화, 혈액 등에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이 장에서도 관심을 더 끌기 위해 트림을 한 예로 들고 있다. 6장에서는 컴퓨터 부품의 근간이 되는 반도체를 이루는 한 물질인 규소와 LCD 디스플레이의 액정을 다루고 "종강"을 한다. 전체적인 화학 현상에 비하면 다룬 내용은 극히 적지만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내용을 다루었기 때문에 체감으로 느끼는 전달된 지식의 양은 매우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