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데 바보? 이 역설적인 제목의 주인공은 18세기 조선후기를 살았던 실학자 이덕무(1741~1793)다. 이덕무가 ‘나’가 되어 들려주는 이야기는 책 읽기에 대한 예찬인 동시에 그 시대를 함께 살았던 벗들과 스승에 대한 추억이다.
<br>저자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의 나래를 달아 마치 18세기 조선의 한 저잣거리에 나와 앉은 양, 주인공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책만 보는 바보 이야기라는 뜻의 ‘간서치전(看書痴傳)’을 썼을 만큼 책에 파묻혀 살았던 이덕무의 책 예찬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햇살처럼 일렁이는 글씨들은,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모습이 되고 낯선 곳의 풍경도 되었다’고 고백하는 그는, 서자로 태어나 겪어야 했던 설움을 오로지 책 읽기로 견뎌냈다.
<br>그가 제시한 ‘가난한 날, 나만의 독서법’ 앞에선 숙연해진다. ‘첫째, 굶주린 때에 책을 읽으면 소리가 훨씬 낭랑해져서 글귀가 잘 다가오고 배고픔도 느끼지 못한다. 둘째, 날씨가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의 기운이 스며들어 떨리는 몸이 진정된다 ….’ 지독한 흉년에 먹을 게 없어 맹자 한 질을 이백 전(錢)에 팔아 양식을 얻은 뒤 죄책감으로 밤을 지새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다. 과연 책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