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을 읽기 전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읽어본 적이 있다. 그의 작품은 나를 따뜻하게 했고 나는 그 느낌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래서 이기주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게 되었고 이것이 내가 ‘글의 품격’을 읽는 이유이다. 작가는 문장을 쓰고 매만지는 과정에서 말에 언품이 있듯 글에는 문격이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격’의 사전적 의미는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사나 품위를 말한다. 격은 혼자서 인위적으로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흐름과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듬어지는 것이다. 작가는 ‘능동’이란 주제에 대하여 이런 일화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능동은 글쓰기뿐 아니라 모든 장르의 예술에서 중요한 기제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독일로 건너가 명성을 쌓은 한 화가의 인터뷰가 신문에 실린 적이 있다. 한 기자가 “예술에 대한 정의를 좀 내려주세요. 예술의 뭔가요?”라고 질문하자, 현지에서 ‘세상에 없던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불리는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흠, 다리가 네 개 달린 책상을 만들면 뭐가 되죠? 그냥 평범한 가구입니다. 그럼 다리가 세 개 달린 책상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면요? 그건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술성은 창작자의 능동성과 주관성이 잘 버무려질 때 생겨납니다.” 이 말은 매우 명쾌하게 느껴지는데,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쉽고 명쾌하게 예술의 본질을 짚어냈기 때문이다. 능동성의 중요성은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인 문학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어떤 작가는 “I love you”를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번역하지 않고 “오늘 달이 참 밝네요”라고 썼고, 어떤 작가는 “당장 죽어도 좋아”라는 문장으로 옮겼다고 한다. 이런 문장들처럼 나도 능동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능동적인 삶을 살기란 쉬우면서도 어렵게 느껴진다. 이는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정답을 깨닫게 될 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