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숟가락 하나 (현기영)
<br> 여기에서 나오는 작가의 어두운 기억이 4.3사건을 나는 솔직히 잘 알지 못한다. 그저 그 사건으로 인해 많은 제주도민이 죽었었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그때의 이야기를 쉬쉬 하시면서 그때의 두려움을 잠깐 내비쳤던 것 밖에는 말이다. 며칠 전에 할아버지께서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육지의 병원에 입원하시려고 오신 적이 있었다. 그때에 이 사건에 대해 여쭈어 보려고 했지만 병마와 싸우시느냐 목내이처럼 마르신 할아버지의 얼굴과 몸을 보니 입이 떨어지지 않아 여쭈어 보지 못했다. 아버지께서 그러셨다. 섬사람들은 육지 사람들에게 열등감이 있는데 이런 열등감이 그런 사건을 통해서 분노로 변했고 지금도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육지에 대해 경계하고자 하는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있다고. 안에서의 단결을 꾀하기 위해 역사상의 수많은 지도자들이 외침에 대한 경계를 부르짖었고 우리는 그것을 대비해 단결해왔다. 제주도 역시 육지의 외침을 경계하여 그들끼리 뭉쳤고 그들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육지 사람들은 모르게 되었다. 그러나 작가의 이런 고백적 소설을 통해서 육지 사람들이 어디서든 소외된 제주도민들의 아픔과 슬픔을 알아주기 바란다. 여기서 그런 제주도의 역사적 배경을 제외하고 작가의 또 다른 어둠이 있는데 바로 아버지의 부재이다. 아버지의 부재는 문학하는 사람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걸까? 아니면 그것의 우울함이 문학의 영감이 되는 것일까? 서정주의 자화상에서도 아버지의 부재가 나타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