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바쁜 현대사회속에서 예술을 즐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 한 권의 책을 읽으면 직접 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예술을 깊이 감상하고 음미까지 할 수 있다. 바로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이라는 책이다. 어떻게 책을 통해 예술을 감상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그 생각의 틀이 깨지게 될 것이다. 미술관에 가서 대충 예술품을 스치듯 보기만 할 거면 이 책을 읽는 것이 백번 천번 낫겠다. 또한 흔히 예술품 하면 모나리자, 이삭줍기, 별이 빛나는 밤에 등 서양의 것들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책은 온전히 우리 것 우리 조상들이 그린 그림들이 소개되어 있다. 에이 우리 예술품이 뭐 특별한 게 있어. 그게 그거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기대하시라. 당신이 몰랐던 우리 예술품의 위대한 참모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책의 내용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br>이 책은 옛 그림, 그중에서도 조선시대의 그림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는 책이다. 줄거리가 딱히 없고 독자들에게 각각의 작품을 소개하는 형식인 것이다. 이 책에서 옛 그림을 감상할 때에는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쪽으로 봐야 한다고 나와 있다. 대개 대부분의 사람들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스쳐 내려가듯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서양에서 비롯된 습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옛날에 세로쓰기를 하였는데 요즘 사람들의 습관대로 옛 그림을 바라본다면 예술품 속 참모습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기 전 책에 나와 있는 그림을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바라본 것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되었다. 또한, 놀라운 것은 원래 나의 습관대로 그림을 바라봤을 때하고 책에서 가르쳐준 방식하고 그림을 바라봤을 때의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김홍도의 군선도라는 그림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바라보니 전에는 몰랐던 그림 속 이야기의 구성이 비로소 느껴졌다. 김홍도의 풍속화 대표작인 씨름은 두 명의 씨름꾼들을 지켜보는 관중들이 원의 형태로 둘러싸고 있는 구심적 구조가 나타나 있다고 한다. 대단한 것은 이 그림이 단 한 번의 붓칠로 그렸고 뒷사람이 흐려서 잘 안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 진하게 그려 통일감을 주었다는 것이다. 무심코 알고 있었던 씨름이라는 그림을 더 깊이 있게 알게 되었다. 다음은 이 책의 표지이기도 하고 이 책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그림인 송하맹호도이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는 유독 김홍도의 그림이 많이 나와 있다. 나는 김홍도하면 풍속화밖에 생각나지 않았는데 실제로는 산수화, 초상화 등 여러 분야의 그림에서도 활약했다고 한다. 여기 송하맹호도를 그린 화가도 김홍도이다. 조선 호랑이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듯이 늠름하고 용맹하게 표현하였다. 나는 이 그림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아주 섬세한 붓칠로 호랑이의 털 하나하나가 머리카락 굵기보다도 가늘고 섬세하게 표현돼있었다. 마치 호랑이가 내 앞으로 다가오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이 그림은 실제 호랑이의 생태계까지 세세하게 표현하여 호랑이가 사냥을 성공한 뒤 기분이 좋아져서 나무줄기에 발톱을 긁은 흔적까지 거침없이 표현하였다고 한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씨름이라는 그림은 서민용으로 막 그려낸 대량 생산 그림에 불과하고 송하맹호도 같은 작품이 지극 정성으로 그려낸 걸작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씨름은 국가지정 보물로 지정돼있지만 송하맹호도는 아무런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이 책의 작가는 옛 그림과 현대의 그림을 비교하여 현대에 그려진 그림을 비판하기도 하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 같은 경우에는 실제 이순신 장군의 얼굴을 표현한 것이 아니고 일본의 영향을 받아 그저 늠름하고 미남형으로 그렸다고 한다. 실제 인물의 얼굴이 아닌 화가 개인적인 생각을 그림으로 담은 것이므로 이것은 실제 초상화라고 볼 수 없다. 나는 그동안 이순신장군의 영정을 보고 이순신 장군이 이렇게 생겼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잘못 알고 있던 나를 성찰하게 되었다.
<br>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우리 예술품의 참모습을 바로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하면 뛰어난 걸작품들이 많이 없다는 생각은 명백한 오류였다. 오히려 서양의 것과 차별화된 우리 예술품만이 간직한 아름다움과 뛰어남은 세계의 다른 걸작들과도 견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것의 참모습을 잊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